맛에 대한 두 가지 주장에 대해서
"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이 최고야"
모든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음식은 어머니의 손맛이 배인 음식이란 말은 자주 듣는다.과연 그럴까?
그렇지만 각자의 어머니는 다 다르다.내게는 내 어머니의 음식이 최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닐 경우가 많다.
사실 내 입맛은 어머니의 음식에 길들여져 있고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또 누군가에게서 어머니가 배운 것일 게다.
결국 내 어머니의 음식도 시대나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하며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추지는 못한다.
그렇다면 여러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음식이 여러 어머니의 손맛을 모두 낼 수 있는 셈이 된다."어머니의 손 맛이예요" TV 프로그램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.하지만 사실 그 음식은 어머니의 손맛이 배인 음식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맛을 내는 것이지 않을까?
"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"
배고프면 모두 다 맛있다는 주장이다.먹을 것이 없는 극단적인 상황을 상정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그렇다면 배부르면 다 맛이 없을까?
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렇지는 않다.
예전에 주왕산 단체 산행을 간 적이 있다.산행시간이 지연되어 별다른 음식을 먹지 못하고 오후 세시가 되어 모두 배가 고팠다.길가의 휴게소 식당을 들러 순대국을 주문했는데 맛이 너무 없었다.내 평생 최악의 음식 중 순위에 든다.일행 중 한 명은 너무 화가 나서 주인에게 이게 음식이냐고 항의했다.주인은 남은 음식을 맛보더니"괜찮은데"라고 했다.내가 느끼기엔 주인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.주인의 입맛에는 그게 괜찮은거 였다.하지만 우리 일행중 아무도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다.이게 휴게소 식당 또는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이 내 머리속에 자리잡던 순간이었다.
또 한번은 모악산 산행을 갔을 때 였다.어둠속에 출발해 새벽산행을 하고 내려왔다.모두 배가 고파 동동주와 파전을 열심히 먹었다.점심을 먹으러 전주로 갔다.모악산에서 전주는 거리가 멀지 않다.전주비빔밥하는 식당을 들어갔다.한국관이라고 기억한다.일단 보기에도 화려하고 푸짐하게 비빔밥이 나왔다.모두 어느 정도 배가 찬 상태였지만 아무도 남긴 사람이 없었다.
개개인의 입맛은 당연히 다르지만 어느 정도 모두가 공감하는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.